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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띄어쓰기 해법

김진해 교수의 [말글살이] 쳇바퀴 탈출법(1)을 공유합니다. 앞으로 (2) (3) 등 후속논의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정작 ‘탈출법’이 무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만, 원칙은 간단한데 실행은 복잡한 한글 띄어쓰기의 현실을 유머 섞어 잘 밝혀줍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장해온 해법은 띄어쓰기를 법이나 규정으로 획일화하지 말고, 그것이 문법의 영역과 문체의 영역에 동시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의미전달에 긴요한 문법규정은 존중하되, 나머지는 저자 개인의 느낌에 충실한 쪽으로 각자 선택하도록 맡겨두자는 거지요.

이럴 경우 당장에 괴로워지는 게 편집자들이지요. 국어원이 정한 원칙을 출판사나 잡지사마다 어떻게 적용할지를 내규로 정한 다음 실무자는 그걸 기계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되던 처지에서, 저자의 의중을 가려서 무리가 없다면 존중하는 재량권을 행사하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저자가 자기 느낌에 맞는 띄어쓰기를 했다고 생각했더라도 정작 독자에게 그 느낌을 전달하지 못하고 역효과만을 낸다 싶을 때에는 바로잡아주는 것도 편집자의 몫이 됩니다. 이럴 때 좀 까다로운 저자라면 교정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편집교정업무가 엄청 힘들어지지요. 그러나 유능한 편집자가 많은 사회야말로 문화선진국일 것입니다.

고유명사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붙여 쓰되 이름을 지은 당사자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가령 ‘서울시장애인복지관’이 ‘서울시장 애인 복지관’으로 읽힐 염려가 있으니 나는 꼭 ‘서울시 장애인 복지관’으로 띄어줘야겠다고 한다면 굳이 막을 일이 아니지만 공식 명칭이 붙여 쓰기를 했다면 그냥 따라주는 거예요. 제가 간여해온 계간지 ‘창작과비평’은 창간 때부터 그렇게 붙여 써왔는데, ‘과’라는 토씨 다음에 한칸 뗀다는 문법 규정에 따라 ‘창작과 비평’이라고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고유명사를 문법대로 교정해주는 건 과잉친절이며 의미소통에도 오히려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2021.9.6.
https://www.facebook.com/paiknc/posts/435944912742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