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민주주의와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언론
어제 오마이뉴스에 실린 박석운 시민기자(한국진보연대 대표)의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겨레> 젊은 기자 41명이 자기 회사 국장단을 상대로 낸 성명에 관한 글입니다. 신문사 내부 일이므로 <한겨레>는 물론 보도하지 않았고 여타 언론도 많이 다루지 않아서 저는 소문으로만 알고 궁금해하던 일입니다.
박석운 대표의 글을 읽고도 제가 사정을 다 파악하게 된 건 물론 아닙니다. 성명서 전문도 읽지 않았고 내부 게시판에 올랐다는 반론도 직접 보지 못했어요. 또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 사건에 관한 자세한 사정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제가 하는 말은 다분히 원론적 성찰에 그치는 것입니다.
먼저 저는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근본적인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소견으로 민주주의는 그 본질이 ‘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정치’입니다. 흔히 말하는 대의정치는 민주주의에 한참 미달하지요. 그렇다고 현재의 우리 민주주의가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민(民)의 자치에 가깝게 만들고자 한국의 민중이 수십년간 피 흘리며 얻어낸 값진 성과니까요.
법치주의는 어디까지나 민주주의의 수단이지 민주주의 자체는 아닙니다. 온전한 민주주의가 실현되었을 경우에 그것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고, 불완전한 민주주의 아래서는 권력의 횡포로부터 민을 보호하는 수단입니다. 그것을 마치 민주주의 그 자체인 양, 어떤 경우에는 민주주의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절대화하는 일은 오히려 힘있는 사람들이 법을 이용해서 자기 이득을 지키는 데 일조하기 십상이지요.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수단 중 하나인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그나마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것을 곧 법치 자체와 동일시하고 나아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일시하는 것은 기득권자의 논리이거나 그러한 논리에 포섭되는 결과를 낳기 쉽지요.
저는 한겨레 젊은 기자들이 그들 나름의 정의감으로 행동했다고 믿습니다. 다만 한국 민주주의와 민주언론의 피어린 역사와 앞으로 가야 할 먼 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작년말에 발표한 신년칼럼 “세상의 민낯을 본 뒤에 무엇을 할까”(창비주간논평 2020.12.30. 한겨레에도 같은 날 게재)에서 ‘아직 덜 드러난 민낯’ 중 하나로 언론계를 꼽았습니다. 세칭 ‘기레기’들의 행태나 수구언론의 왜곡보도는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났지만, 그동안 권력에 의한 직접적인 탄압이 해소된 우리 사회에서 “언론인 집단 자체의 체질에 일어난 변화”도 성찰할 때라고 본 것입니다. 금권지배가 우위에 서면서 갖가지 기득권세력이 나라 구석구석에서 다양하게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역사의식의 약화, 기자들의 공부심과 탐구정신의 쇠퇴도 바로 그런 ‘체질변화’의 일부가 아닌가 하는 거지요.
독자들과 언론인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20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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