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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헌법정신의 진전과 개헌 논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창비주간논평을 공유합니다. 제헌절에 이어 대통령선거 철이 다가오면서 이런저런 개헌 구상이 다시 쏟아져 나옵니다. 지금은 당면한 개혁과제에 몰두할 시기라는 예외적인 후보 빼고는 거의 모든 후보가 개헌구상을 내놓을 태세입니다.

이들 제안이 권력구조 변경에 쏠려 있는 한은 국민들이 냉담할 수밖에 없고 그게 옳은 반응이이라는 김 교수의 진단에 동의합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어온 대한국민의 집단지성이 개헌론에서도 발휘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특히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발상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공화제를 추구하는 것이라기보다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권력구조로 퇴행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 국민들은 그 점을 간파했다는 거지요.

대한민국 헌법은 유신헌법과 전두환의 5공화국 헌법을 빼고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채택한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권력남용과 국정농단이 마치 헌법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말 그대로지요. 스스로 개떡 같은 정치를 해온 정치인들이 자기 책임을 망각하고, 나아가 성문헌법을 무력화시키는 ‘이면헌법’이 작동해온 역사를 외면하는 일이지요.

김교수가 지적하듯이 “권위주의시대의 독재적 대통령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30여년간 권력의 분산과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강조하는 제헌헌법의 정신은 점진적으로 발전적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점”을 저들은 놓치고 있습니다. 아니, 개혁적인 대통령이 들어서서 이런 진화를 더욱 촉진하면서 자기네들의 기득권을 위협할까봐 걱정하는지도 몰라요.

민주적 개혁에 주안점을 둔 후보가 추진해야 할 ‘원포인트’ 개헌이 있기는 있습니다. 지난 3월 6일 제20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 국회의원 148명이 발의한 ‘국민개헌발안제’ 개헌안이 그것이지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정 기간 내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면 정부가 답변할 의무가 생기듯이, 100만명 이상이 발의하면 국회가 다뤄야 할 안건으로 성립한다는 취지입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이 즉작 반대성명을 냈고(3월 9일) 결국 폐기된 안입니다만, 100만명이냐 200만명이냐 하는 디테일과는 별도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도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원칙이 중요합니다. 청와대 청원사안을 정부가 ‘답변’만 하지 그대로 이행할 의무가 없듯이, 국민발의 개헌안을 국회가 ‘심의’할 의무를 지니지 그대로 의결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동시에 헌법개정은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수시로 한다는 원칙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4.19 이후와 6월항쟁 이후 두차례를 빼고는 개헌이 의레 집권자들의 욕심에 맞춘 성격이었습니다. 따라서 87년 이후 30년 넘게 그런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민주화의 진전이라면 진전인데, 그러다보니 ‘삼십몇 년만에 처음 하는 개헌인데 할 거면 좀 제대로 하자’는 정서도 꽤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 개헌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 도대체 실행되기가 어렵고, 그 와중에 일부 기득권자들이 담합을 통한 ‘권력구조개편 원샷 개헌’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국민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의 반대로 국민투표까지 못 가고 끝날 수 있습니다(그런 경우가 아마 많을 거예요). 하지만 발의세력이 정말 원하다면 회기가 바뀔 때마다 또 내고 또 내고 하면 되고, 점차 국민적 합의가 확산될 경우 의회도 따라 올 수 있겠지요. 어쨌든 개헌은 우리네 높은 사람들이 알아서 할 중대 국사이니 ‘개돼지들’이 끼어들 생각을랑 아예 하지 말라는 발상 자체를 이제는 넘어설 때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202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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