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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보현TV의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 서평 2

보현TV가 애초에 저의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를 2회에 걸쳐 서평하기로 했다가 한 회를 추가하여 마무리했군요. 이토록 관심을 가져주신 것이 고맙고 한정된 시간에 중요한 논점들을 콕콕 짚어내신 보현님의 내공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로런스의 <미국고전문학연구>를 가령 장편 <연애하는 여인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성과라고 말한다면 어폐가 있겠습니다만, 20세기 서양 문학비평으로서는 최고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특히 미국의 세계적 역할 및 우리 한국인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새로 따져보는 일이 절실해진 오늘의 시점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읽을거리라는 점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결론에서 동서양의 만남에 대한 저의 강조를 받아서 실은 ‘동서의 만남 이전에 우리 사회 내부에서의 동서의 만남이 먼저 있어야’ 함을 지적하신 것도 적절합니다. 특히 (최근에 도올 박사가 낸 <동경대전> 전2권으로 새롭게 조명 받는) 동학 이래 한반도의 개벽사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동서가 회통할’ 가능성을 상기시킨다는 주장도 동감이고요.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로런스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 휘트먼의 ‘열린 길’ 사상으로 미국역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휘트먼론 역시 기존의 해석들과 크게 다른 면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로런스가 이 책을 쓸 무렵에 거의 무명작가였던 멜빌과 달리, 휘트먼은 이미 ‘미국 민주주의의 계관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런스는 민주주의와 미국의 양양한 미래에 대한 휘트먼의 찬미가 대부분 일종의 ‘뻥’이고 ‘사후효과(死後效果)’ 곧 <모비딕>에서 피쿼드호 침몰로 끝난 미국역사의 잔재 정도로 봅니다. 다만 그의 시 가운데 죽음을 노래하고 ‘열린 길’을 노래하는 일부 작품에서나 전혀 다른 새 경지에 도달한다는 거예요. 시간제약이 엄연한 방송 서평에서는 제대로 논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그럴수록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분들이 복있는 분이 되는 거지요.^^

 

 

202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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